LATIVIEW NO.8
‘엄마’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보호자,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동반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는 것은 단순한 역할을 넘어, 수많은 선택과 도전을 동반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오늘 만나볼 유미님은 엄마라는 정체성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분입니다.
서울에서 지역으로 이주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유미님은 ‘엄마의 잠재력’을 증명하고자 포포포 매거진이라는 특별한 매체를 만들어냈습니다.
도전과 성취, 그리고 사랑을 동력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메시지를 전하고 계시는 유미님의 이야기, 시작할게요!
안녕하세요. 곧 7년 차가 되는 포포포 매거진을 운영하고 있는 정유미 대표입니다. 모든 여성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주목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요. POPOPO라는 이름도 connecting PeOple with POtential POssiblities의 줄임말입니다.
대학 시절, 문화기획학과를 연계 전공한 이후 주로 언론사에서 잡지를 만들거나 기업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어요.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 남편은 지역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결혼하고 처음에는 주말부부를 했어요. 아이가 생긴 이후에는 그래도 가족이면 같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일을 그만두고 남편이 있는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었어요.그때만 해도 육아휴직이 끝나면 퇴직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어디든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과 동시에 '혹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도 함께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는 제 손으로 키워야겠다 싶었죠.저는 대안이 없어서 창업을 하게 된 경우예요. 마감 노동자 특유의 성실함이라는 게 있어요. "전쟁이 나도 데드라인은 지켜야 한다" 같은 마음가짐이요. 데드라인을 맞추고 독자와의 약속으로 발행주기를 지키다 보니 포포포 매거진이 곧 7년 차가 되었습니다.
포포포 매거진을 계속 이어온 이유는 이 작업이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매거진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양육자 에세이 관련 카테고리 자체가 없었어요. 그래서 독립 매거진이 하나 나왔는데 "이건 뭐지?" 하는 반응을 받기도 했죠.매거진 이름인 ‘포포포’는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학교 가기 전에 뽀뽀뽀를 보면서 친구와 잘 지내는 법, 질서를 지켜야 하는 이유 등을 배우고 갔으니까요. 저희는 그런 교육적인 역할을 어른들에게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른들의 뽀뽀뽀가 되자는 의미로 포포포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어른들에게도 삶의 기준점과 속도를 맞춰 살아가는 선배들에 대한 레퍼런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해왔던 일이 잡지이기에, 매거진을 통해 그런 아카이브를 쌓아나가고 싶었어요.
특히 저희가 북페어나 오프라인 행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독자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인데요. 북페어에서 다양한 독자들을 만났는데 특히 싱글 여성 독자들이 공통으로 건넨 질문이 있어요. “엄마가 되어도 내 인생은 망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망하지 않는다"라고 단순히 말하기에는 모호하지만, ‘망한다’는 의미가 한 개인으로서 존재의 소멸이라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당위성을 이론이 아니라 포포포를 통해 살아 있는 레퍼런스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왜 나는 그렇게까지 일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결국에는 자기 존재 증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에 살면서 많은 질문을 마주했는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또 가족 모두를 위해서 남편과 제가 각자의 일을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제가 지역에서 생존 창업을 하고 나서 마주한 질문들은 더 강렬했죠. ‘엄마의 잠재력’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매거진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라고 설명하면 “남편한테 허락받고 왔냐, 남편 밥은 주고 왔냐, 애는 지금 어디 있냐” 같은 질문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최단 시간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자고 결심했어요.엄마와 창업자라는 이질적인 키워드 앞에 내가 적어도 누군가의 걸림돌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항상 생존의 경계에서 일을 지켜 나가기 위해 고민해 왔습니다. 단순히 서울에 일이 있어서 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지켜낼 수 있을까를 늘 생각했죠.지역에 살지만 여전히 제 쓸모가 서울에 있어 왕복 7시간이 걸리는 길을 서울-경기도처럼 오갔어요. 아침 첫차를 타고 올라와 밤에 새벽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생활은 현재진행형이에요. 단순한 미팅이든 커피챗이든, 어떤 기회라도 간절했거든요.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뉴욕에서 미팅을 다닐 땐 아이와 함께였어요.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매 순간이 도전이에요.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 때문이에요. 아이에겐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예요. 제가 부족하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아이는 그저 제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족감을 느껴요. 이는 친정에서 자고 갈 수도 있지만 첫 차를 타고 나와 심야버스로 아이가 있는 집에 돌아가는 이유이기도 해요.아이가 매주 일기를 쓰는데, 한번은 북페어에 가서 있었던 일들을 너무 솔직하고 가감 없이 다 쓰는 거예요. 이런 경험들이 제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싶었어요. 엄마가 열심히 사는 이유는 너를 위해서라는 걸 아이가 자연스럽게 알고, 제가 하는 일을 통해 세상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게다가 아이가 정말 많이 응원해 줘요. 제가 힘들다고 하면 “엄마 힘내, 괜찮아. 다음엔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는데, 그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힘이 돼요. 저는 본인을 위해서라도 아이라는 세계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육아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잘 알지만, 아이가 주는 기쁨과 환희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어요. 저는 제 아이를 사랑하기에 키우고, 사랑하기에 제 일을 지키고 싶은 거예요. 저의 인생의 가장 큰 동력은 사랑이거든요.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약국에서 종류별로 영양제 쇼핑을 하면서도 과도하면 안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 원물이 얼마나 들어가 고, 어떤 원재료를 사용했는지, 몸에 안 좋은 성분은 덜 들어가 있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줄일 수 있는 시간이 먹고 자는 시간밖에 없으니까,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스무디, 셰이크 같은 대용식도 선호하죠. 먹는 시간을 아껴서 차라리 운동을 하거나 다른 무언가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한 번 먹을 때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재료였으면 좋겠고, 영양소나 포만감을 충족해 줄 수 있는 식품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야채를 챙겨 먹어야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쉽지 않아서 라티브처럼 영양소를 골고루 채울 수 있는 브랜드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2년째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어요. 온전히 저를 위한 글쓰기를 하는데요. 저는 직업 노동자로서의 글쓰기만 계속해왔던 사람인데, 대부분은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해왔어요. 그런데 글쓰기 수업에서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당신의 장례식에 틀고 싶은 노래는’과 같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 쓰면서 아무한테도 열어주지 않았던 마음의 방이 열리는 걸 발견해요.다른 사람들과 글을 함께 리뷰할 때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써도 되나 싶은 이야기들을 서로 가감 없이 꺼내 보이기도 해요. 저는 그게 공동 자가 치유의 과정이라 생각해요. 그 얘기를 꺼내면 서로 공감하는 시간만으로도 곪아서 엉망이 되어버린 상처가 봉합되는 게 느껴지거든요.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건 좋은 루틴을 만드는 거예요. 일이든 삶이든 나에게 맞는 루틴은 정말 중요해요. 때로는 그 루틴이 일에 몰입하게 만들면서 균형을 잃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몰입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일이 몰아칠 때 경험하는 성장통이나, 그 과정을 통해 단단해지는 '일 근육' 같은 것들은 젊을 때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에요.더불어 에너지와 한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요. 밤을 새우며 일하던 것도 이제는 하면 안 된다는 걸 올해부터 자각하고 있어요.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에 다시 일상을 시작하는 생활이 지속되니까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감각마저 둔해지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제 나이와 상황에 맞는 에너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습니다.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실패를 성공의 반의어로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방향성과 삶의 방식을 점점 더 명확히 알게 되거든요. 이건 연애와도 비슷해요. 여러 관계를 겪으면서 나에게 맞는 사람을 알아가듯, 다양한 시도는 결국 자신을 알아가는 길이에요.마지막으로, 내 삶의 동력이 무엇인지 찾아보셨으면 해요. 제가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건 내 아이가 살아갈 내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세상을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되거든요.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제 삶의 동력인 거죠. 사회 초년생 여러분도 본인이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종이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종이책이라서 우리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는 점과 종이책이라서 할 수 없는 핸디캡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이 콘텐츠를 온라인화시키는 작업과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올해 CES에 참가하면서 종이 잡지는 여기까지라는 생각을 하고 갔어요. 사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모두 중요한데,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가치를 간과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오리지널리티를 잃는 순간 우리는 그저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될 수 있기에, 새로운 실험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도 본래의 미션을 잊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미션을 잊지 않고, 새로운 실험과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고 해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가 가진 고유의 미션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