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IVIEW N0.13
모두가 인정하는 일잘러는 과연 건강관리도 잘 할까요?엄청난 커리어를 가진 승희 님과 '일, 그 이면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열정 넘치던 주니어 시절의 건강을 대하던 태도에서부터, 출산을 하며 이쁜 아기의 엄마가 된 지금까지.승희 님께서 겪어온 몸의 변화와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이자 15년차 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희입니다. 현재 한 아이의 엄마로 육아휴직 중이고 곧 복직할 예정이에요.
물론 있었죠. 특히 배달의민족에 근무할 때 워라밸과 건강 문제가 가장 심각했어요. 사실 퇴사한 이유가 건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저는 경주마처럼 달리는 스타일이라 당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종양 수술도 두 번이나 하고 피부도 뒤집어지기 시작하면서 ‘아,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라고 느끼기 시작했죠.
네, 하지만 퇴사 후 바로 건강 관리를 한 건 아니었어요. 직후에는 이른바 ‘백수의 삶’을 즐겼죠. 밤에 배달 음식 시켜 먹고 늦게 자고요. 그러다 어느 날, 아버지가 저에게 시간 관리를 해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루틴을 만들라고 하셨죠. 사실 처음에는 공감 못 했는데, 계속 ‘백수의 삶’으로 지내다 보니 정말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PT를 시작했죠. 2년 동안 일을 하지 않으면서 저속노화 식단도 하고, 식물에 물도 주면서 은퇴한 회장님처럼 생활하며 건강을 찾았던 것 같아요.하지만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니 또다시 건강보다 일을 우선시하며 경주마처럼 달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출산을 했을 때 후유증이 세게 오는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이때 건강을 좀 소홀히 한 게 후회돼요. 우선순위에 건강을 넣어 같이 챙겼어야 했는데,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그럴 겨를이 없었던 게 아쉬웠죠.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출간한 ‘질문 있는 사람’이라는 책에서는 건강에 대해 많이 강조했어요.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건강 책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죠. (웃음)
출산을 하면 모든 영양분이 아기한테 가는 느낌인데, 아까 말했듯 저는 그게 좀 크게 온 편이에요. 갑상선도 안 좋아지고, 당뇨 위험도 있었고 면역 문제로 볼에 홍조도 심했죠.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지금 제가 하는 노력들은 거의 다 혈당을 잡으려는 루틴들이에요.첫 번째로 수면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최대한 7~8시간 이상 자려고 합니다. 수면의 중요성을 느낀 게, 저번에 일이 있어서 잠을 잘 못 자니 공복인데도 혈당이 100을 넘게 측정되더라고요.두 번째는 공복 유지예요. 혈당에 좋다고 해서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12시까지 최대한 공복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거꾸로 식사법도 해요. 야채,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먹으려고 합니다.마지막으로 틈틈이 걷기예요. 아기가 있어 오래 걷기는 힘들지만 틈틈이 계단으로 걸으려고 노력해요.이런 루틴을 4~5개월 동안 꾸준히 지키니 확실히 혈당도 좋아지고, 밤에 야식도 안 먹게 되고 몸이 좋아진 게 느껴져요.
원래는 ‘나’라는 삶에 저 한 명만 관리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이제 두 명이 된 거죠. 한 명을 더 챙기는 육아라는 마인드셋을 갖추는 데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처음에는 제가 육아 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시간이 날때는 ‘아, 팝업 가야지’, ‘아, 놀아야지’ 하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제 삶이 우선이었던 거죠. 그런데 아이가 성장하면서 문제가 생길때 돌아보니 아기에 관한 지식을 공부해두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시간이 생기면 아기 공부를 좀 더 하려고 노력 하고 있어요. 일과 육아를 시스템화해서 관리하는 거죠. 일 노트에 태스크처럼 ‘바다’(아기)라는 칸을 만들어 관리하며 아이의 ‘인생 바운더리’를 만들어주려고 하고 있어요.사실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 회사 하나 들어가는 것처럼 마인드셋 했어요. ‘진짜 힘들 거고, 대표(아기) 진짜 이상할 거고’(웃음). 생후 100일간의 돌봄을 온보딩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미리 각오해서 그런지,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아이를 좀 더 존중해주고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주자는 의미예요. 계기가 있었는데, 아기가 뒤집기를 했을 때였어요. 뒤집혀 있으면 아기는 숨을 못 쉴 위험이 있어서 엄마들이 지켜본다고 잠을 못 자요. 똑바로 눕혀놔도 계속 다시 뒤집으니까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여기서 교수님이 “아기를 엄마가 바로 뒤집으려고 하지 말고 뒤집혀있게 좀 놔둬라”라고 말씀하시는데, 아이는 이미 자기 삶이 있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아기를 제 마음대로 컨트롤하지 말고, 삶을 만들 수 있게 해주자는 생각이 들었죠.
먼저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가볍고 유쾌하게 살고 싶어요. ‘웃긴 할머니’가 되고 싶달까요. 일 잘한다는 칭찬보다 즐겁고 유쾌하다는 칭찬이 더 좋아요! 건강 관리도 심각하게 하기보다는 재미있게 풀어나가려고 합니다.아이와 함께한다는 측면에서는, 지속가능한 삶의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우선순위를 어떻게 잡을지, 가정과 병행 가능한 일은 무엇일지, 재택 육아는 또 어떻게 병행할지 등과 관련해서요. 워킹맘 정지우 작가님의 ‘그럼에도 육아’라는 책에서서 ‘내가 원하는 건 결국 삶의 구조’라는 구절이 와닿았어요. 돈은 어차피 죽으면 못 가지고 가니, 가족 구성원이 각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구조가 뭘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걸 저희 가족의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게 큰 목표가 된 것 같습니다.
친구랑만 이야기하다가 여기서 처음 말하는 건데, 마케터들이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마케터 커뮤니티가 이미 형성되어 있어 재택근무를 해도 연결이 잘 되는데, 그렇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마케터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인 것 같아요. 이걸 B2B로 회사랑도 연결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회사에 방문해 소개도 시켜주고, 같이 아이디어 디벨롭이나 스터디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웰니스’에 대한 언급이 많아 미리 생각해봤어요. ‘퍼펙트 데이즈’라는 일본 영화를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하루하루를 똑같이 사는 걸 보여주는 영화예요. 퇴근하고 목욕탕 가고 계속 반복되는데, 마지막에도 그 지루한 삶을 보여주면서 ‘Perfect days’ 자막과 함께 배경음악이 나오며 끝나요.저는 이렇게 매일 아침을 똑같이 잘 살아내는 것이 웰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옛날에는 그걸 좀 지루해했던 것 같아요. 루틴을 왜 잡아야 할지 몰랐고, 밤에 놀면서 도파민 터지면 좋아하고! 그런데 요즘에는 반복적인 루틴 안에서 삶을 흐트러짐 없이 지켜내는 것이 웰니스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루하루 똑같이 잘 살아내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잘 살아내는 것’이 지루한 삶이 아니라 인생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